

문기준
Gijun Moon · Staff Developer Support Engineer · APAC Regional Lead
Unity Technologies
이 글을 읽기 전에 — 아기사자 PM의 큐레이션 노트
오늘 소개할 멘토는 Unity Technologies에서 APAC Regional Lead를 맡고 계신 문기준 멘토님입니다. "Unity"라는 이름을 듣고 처음 떠올린 건 게임 엔진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멘토님이 실제로 다루시는 영역은 예상과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 ·📌 이 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1 — 외국계 글로벌 테크에서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미국 본사 협업, 새벽 2시 미팅,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 ·📌 이 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2 — 4개 국어를 커리어 무기로 만든 방법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
- ·📌 이 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3 — Solutions Engineer / Developer Support Engineer 직무가 실제로 어떤 일인지
- ·📌 이 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4 — 3년 반 만에 두 번 승진한 구체적인 전략
- ·📌 이 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5 — 취준생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영어 이력서, 클라우드 자격증, 기술 블로그)
문기준 멘토님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4개 국어를 모두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을 찾아 Unity로 이직하셨습니다. 언어 실력 자체보다, 그 언어를 비즈니스 무기로 포지셔닝한 전략이 핵심입니다.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글입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와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에 대한 답이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4개
실무 언어
APAC
혼자 커버
3.5년
2번 승진
1,200+
글로벌 고객사

1부. "Unity는 게임 회사예요?" — 실제로 하는 일의 이야기
Unity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게임 엔진"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Unity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게임 엔진이며,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 상당수가 Unity로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문기준 멘토님이 실제로 맡고 계신 업무는 게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금의 Unity는 게임 엔진 회사가 아니라, Real-Time 3D 기술을 모든 산업으로 확장하는 플랫폼 기업입니다. 자동차, 건축, 제조, 에너지, 국방 — 현실 데이터를 3D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부터,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공장 설계의 사전 3D 검증까지요."
— 문기준, Unity Staff Developer Support Engineer
여기서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의 공장이나 건물을 컴퓨터 안에 3D로 그대로 구현해두는 기술로, 실제로 짓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먼저 시뮬레이션하며 문제점을 미리 찾아낼 수 있습니다. 비용과 위험을 동시에 줄여주는 셈입니다. Unity는 바로 이 기술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OS 인포테인먼트 파트너십, Unity는 Mercedes-AMG PETRONAS F1 팀의 F1 Academy(여성 드라이버 시리즈) 출전 차량을 후원하는 브랜드 파트너로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게임이 아니라 산업용 3D 시뮬레이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한 행보로, 게임 엔진과 레이스카 엔진이 만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영화 산업의 실시간 렌더링까지 더하면, Unity가 발을 들이고 있는 영역은 사실상 "실시간 3D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산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 고객 사례를 보면 이 변화가 더 분명하게 와닿습니다.
- ·실제 사례 1 — 일본의 한 대형 중공업 기업은 에너지 인프라 시설의 메타버스 플랫폼 백엔드를 Unity Asset Manager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 ·실제 사례 2 — 유럽에서는 글로벌 제조·자동차 기업들이 Unity Asset Manager를 도입해 핵심 워크플로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기준 멘토님이 담당하시는 제품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1Unity Cloud(Unity Asset Manager) — "3D 자산 전용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가깝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에 영상이나 문서를 올리듯, 게임이나 건축 설계에 쓰이는 3D 오브젝트·텍스처 같은 대용량 파일을 클라우드에서 팀 전체가 관리하는 서비스입니다. 보안이 중요한 기업은 자체 AWS나 Azure(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환경에 직접 설치하는 "Private Cloud(VPC) 버전"을 선택하는데, 문기준 멘토님은 APAC 지역의 VPC 배포를 기술적으로 총괄하고 계십니다.
- 2Parsec — "초고화질 원격 데스크톱" 솔루션입니다. 카카오톡이나 줌으로 화면을 공유하면 화질이 떨어지고 끊기기 마련인데, Parsec은 60FPS 이상, 4K UHD 해상도, 4:4:4 색상 재현, 초저지연을 동시에 지원해 다른 컴퓨터 화면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3D 디자이너나 영상 편집자가 재택에서도 회사의 고성능 PC를 옆자리에 앉은 것처럼 쓸 수 있는, 화면 품질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크리에이티브 워크플로우에 특화된 솔루션입니다.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이 수백 석 규모로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를 운영할 만큼 자리를 잡았고, 게임 개발사뿐 아니라 영상 제작·제조업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 3SyncSketch — 영상이나 디자인 결과물을 두고 팀원들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협업 툴입니다. 유튜브 영상에 메모를 남기듯, 영상이나 이미지 위에 직접 마크업하고 코멘트를 달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광고 에이전시, 교육기관 등에서 폭넓게 쓰입니다.


2부. 주 62시간, APAC을 혼자 커버하는 하루
문기준 멘토님은 평균 주 62시간, 바쁜 시기에는 80~90시간까지 근무하십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를 아우르는 APAC 전 지역을 담당하시는 엔지니어가 그 한 명뿐이기 때문입니다.
- ·오전 9시 ~ 오후 6시: APAC 고객 시간. 한국 고객사 미팅, 일본어로 직접 진행하는 기술 회의, 중국 고객사 기술 협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채널 파트너 영어 컨설팅, 호주 고객 미팅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 ·오후 6시 ~ 9시: 가족과 보내는 시간. 저녁을 드시며 잠시 숨을 고르십니다.
- ·밤 9시 ~ 새벽 3~4시: 미국 본사 팀 시간. 직속 매니저와의 1:1, R&D 엔지니어 미팅, 제품 마케팅 팀과의 네이밍 논의, AWS/Azure 파트너 미팅, 그리고 새벽 2시에 미국 엔지니어와 클라우드 인프라 이슈를 실시간으로 디버깅하는 세션까지 이어집니다.
오전~오후 시간대를 국가별로 더 풀어보면 업무의 결이 꽤 다릅니다.
- ·일본 — 대형 엔터프라이즈 배포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 세일즈 담당자와 함께 고객 미팅에 들어가 기술 리드 역할을 직접 수행하십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구성,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아키텍처, 보안 설계 같은 깊은 기술 논의를 일본어로 고객과 직접 진행하십니다.
- ·중국 — 규제 환경과 클라우드 인프라 구조가 다른 APAC 국가들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중국어로 직접 소통하며 현지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싱가포르·말레이시아 — 동남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 이 지역의 채널 파트너·엔터프라이즈 고객들과는 영어로 기술 컨설팅과 온보딩을 진행하십니다.
- ·호주 — 시차가 한국과 거의 비슷해 오전 시간대에 함께 묶이는데,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에 대한 요구 사항이 특히 까다로워 배포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 별도의 고려가 필요합니다.
- ·그 사이사이에 한국 파트너사에는 한국어로 브리핑하시고, 메가존 같은 채널 파트너(리셀러)가 독립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배포 프로세스와 트러블슈팅 가이드를 전수하는 채널 파트너 인에이블먼트도 병행하십니다.
한국 시간 기준 아침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이 일정을 "팔로우 더 선(Follow-the-Sun)" 스케줄이라고 부릅니다.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 전 세계 팀이 릴레이로 업무를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밤 시간대에는 VPC 배포 과정에서 발견된 제품 버그를 본사에 에스컬레이션하거나, 본사 R&D 엔지니어와 실시간으로 배포 환경 디버깅 세션을 돌리거나, SI 파트너가 작성한 기술 제안서를 본사 기준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이어집니다. 직함은 "엔지니어"지만, 실제 업무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업무의 기능적 축을 나누면 네 가지입니다 — ① 프리세일즈 엔지니어링(기술 데모, 아키텍처 설계, PoC 기획), ② 포스트세일즈 배포(클라우드 인프라 프로비저닝, 수십 개의 마이크로서비스를 컨테이너 환경 위에 배포하고 자동화된 배포 파이프라인을 구축), ③ 채널 파트너 Enablement, ④ 제품 피드백 및 내부 어드보커시. 여기에 현지 영업팀이 본사에 리소스를 요청할 때 "누가 어떤 워딩으로 본사에 접근해야 전략적으로 유리한지"까지 가이드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코칭 역할도 더해집니다. 보통 네다섯 명이 나눠 맡는 역할 — 프리세일즈, 포스트세일즈, 고객 성공, 세일즈 오버레이, 파트너 온보딩 — 을 혼자 소화하시고 계신 셈입니다.
3부. 미국 본사와 일하면서 배운 3가지
시차, 침묵, 얼라인먼트 —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 적응하기 가장 어려운 것들
외국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흔히 "영어만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기준 멘토님의 경험을 들어보면, 영어 실력은 시작점일 뿐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시차는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커리어 전략의 문제입니다. 미국 동부 기준 오전 10시에 갑자기 리더십 회의가 잡히면 한국은 밤 11시입니다. 그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중요한 결정이 나 없이 내려질 수 있어요."
— 문기준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지만, 멘토님이 강조하시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의사결정에서 소외될 위험"입니다. 한 번 회의를 놓치면, 다음 논의에서 맥락을 따라잡는 데만 두 배의 에너지가 듭니다. 멘토님이 찾으신 해법은 "완벽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비동기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소통하는 방식으로, 채팅이나 이메일처럼 동시에 자리에 있지 않아도 업무가 굴러가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 ·내가 자는 동안 상대방이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Slack이나 Jira(업무 관리 툴)에 배경 설명,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관련 로그 파일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남겨둡니다.
-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도, 사전에 자신의 의견을 문서로 올려두고 회의 후 결과를 받아 추가 코멘트를 남기면 의견을 낸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 ·"존재감은 물리적 참석이 아니라 의견의 질로 증명된다" — 멘토님이 일관되게 지키시는 원칙입니다.
두 번째로 체득한 것은 미국 비즈니스 문화에서 "침묵"을 읽어내는 법입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문화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합니다.
실제로 매니저에게 APAC 인력 충원을 요청하셨을 때, 다른 안건에는 모두 답장이 왔지만 그 부분만 빠져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하셨지만,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셨습니다. 매니저가 상위 리더십과 먼저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었기에, 섣불리 "된다" 혹은 "어렵다"고 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확실한 답을 줄 수 없을 때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부정적 신호가 아닙니다. 이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고 나면, 불필요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차이는 의사결정 방식입니다. 한국 기업은 위에서 결정이 내려오거나,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조율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반면 미국 테크 기업은 "얼라인먼트(alignment)"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어요. 결정의 방향에 각자 의견을 명확하게 낸 후, 최종 결정자가 판단하면 나머지는 "disagree and commit" —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따르는 원칙으로 움직입니다. 핵심은 자기 의견을 데이터와 함께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 문기준
조용히 따르기만 하면 의견이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고, 이는 글로벌 팀에서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닙니다. 문기준 멘토님은 APAC 인력 충원을 요청하실 때도 "바빠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셨습니다. 맡고 계신 7개 영역의 업무를 하나하나 문서화하고 구체적 사례로 뒷받침한 3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직접 작성해 리더십에 제출하셨습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이런 행동이 "불평"으로 비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요청하는 전문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에서도 문화적 차이가 큽니다. 한 번은 고객 미팅에서 기술 정보를 잘못 전달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를 정정하는 방식이 한국식과 전혀 달랐습니다. "기준이가 틀렸다"가 아니라 "추가 검토를 통해 더 최적화된 구성을 찾았다"는 포지티브한 프레이밍으로 전달되는 것이 미국식입니다. 멘토님의 직속 매니저도 피드백을 줄 때 항상 칭찬을 먼저 하고 개선점은 건설적으로 전달하는 스타일이며, 별도의 quarterly 피드백 세션을 제안한 것도 멘토님의 성장에 투자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수평적 의사결정 방식 역시, 위계적인 결정 구조에 익숙한 한국 문화와 가장 대비되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4부. 4개 국어를 쓰는 엔지니어의 영어 이야기
언어를 잘하는 것과, 언어로 설득하는 것은 다릅니다
문기준 멘토님은 유년 시절 상하이, 도쿄, 홍콩, LA, 싱가포르를 거치며 자라셨습니다. 고려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Georgia Tech(조지아 공대)에서 AI 석사를 마치셨기에, 학술 영어나 기술 문서를 읽고 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부딪히신 난관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 ·어려움 1 — 살아있는 영어의 톤 읽기: 교과서 영어가 아닌, Slack에서 동료들이 주고받는 줄임말·슬랭·유머가 섞인 실제 영어입니다. 예를 들어 매니저가 "sorry to leave ya hanging"이라고 쓰면 — "ya"가 "you"라는 건 알아도, 이게 격식 있는 사과인지 가벼운 표현인지 톤을 읽어야 합니다. 또 회의에서 누군가 "let's table this"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안건을 테이블에 올리자 = 논의하자"로 오해하기 쉽지만, 미국에서는 정반대로 "나중으로 미루자"는 뜻입니다. 같은 영어인데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미팅 전후의 스몰토크 — 스포츠 이야기나 현지 밈(meme)이 오갈 때 — 에서 혼자 맥락을 못 잡고 어색하게 웃음만 짓던 적도 많으셨습니다.
- ·어려움 2 — 반대 의견을 세련되게 표현하기: 한국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상사나 동료의 의견에 "I disagree(동의하지 않습니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처음엔 매우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동의하면, 나중에 "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는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 ·어려움 3 — 기술을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기: 기술 용어는 알아도, 그것을 회사 임원이나 비개발자 고객이 "그래서 우리한테 왜 좋은 건가요?"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역량입니다. VMware에서 처음 Solutions Engineer를 시작했을 때, 고객 앞에서 가상화 및 네트워크 보안 제품의 기술 아키텍처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그래서 이게 왜 비즈니스에 좋은가"를 영어로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어려우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멘토님이 터득하신 것은 반대 의견을 부드럽게 감싸 전달하는 프레이밍 기술이었습니다.
""I see your point, and I want to build on that with a slightly different angle(말씀하신 부분 이해해요, 거기서 조금 다른 각도를 덧붙이고 싶어요)" — 한국어로 하면 비위를 맞추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데, 영어에서는 이것이 전문적이고 건설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식돼요. 이 톤 조절이 익숙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체득하면 기술적 의견을 관철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에요."
— 문기준
멘토님이 기술 영어의 벽을 넘으신 방법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 1"설명"이 아니라 "스토리"로 전달하기 — 기술적 내용을 전달할 때 한국 엔지니어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기술 스펙을 나열하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컨테이너 기반이고, 자동화된 배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식으로 말하면, 듣는 사람은 정보는 받아도 맥락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멘토님은 항상 "고객의 문제 → 우리의 접근 → 기술적 구현 → 결과"라는 스토리 구조로 설명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하십니다. "이 고객사는 에너지 인프라 데이터를 절대 외부로 내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고객의 자체 클라우드에 직접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고, 데이터 주권이 완전히 고객에게 남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기술적 디테일은 그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 2절대적인 양이 곧 훈련입니다 — 교과서적인 방법이 아니라 실전의 반복이 핵심이었습니다. VMware에서 2년 반 동안 매일 고객 앞에서 기술 데모를 진행하며 실력을 쌓으셨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스크립트를 미리 준비해 가셨지만, 나중에는 화이트보드에 즉석으로 아키텍처를 그려가며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셨습니다. Unity에서는 일본어로 고객 미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영어 기술 문서를 참조하고, 한국 파트너에게는 한국어로 브리핑하고, 본사에는 영어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 세 개 언어를 넘나드는 업무를 매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복잡한 기술 개념을 어떤 언어로든 비즈니스 언어로 옮길 수 있게 되셨습니다. Parsec과 SyncSketch를 글로벌 1,200여 고객사에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수없이 많은 기술 데모를 하셨고, "이 표현은 통하는구나", "이 비유는 고객이 바로 이해하는구나"를 몸으로 체득하셨습니다. Georgia Tech에서 AI 석사를 영어로 하며 머신러닝·딥러닝·강화학습 논문을 읽고 쓰고 발표한 경험도 기술 영어의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 3글쓰기로 먼저 논리를 정리하기 — 즉흥적으로 말하기 전에 영어로 먼저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셨습니다. 공식 레퍼런스 문서나 본사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쓴 답변 템플릿을 보면서 "아, 이런 상황에선 이런 동사와 표현을 쓰는구나"를 통째로 익혀 자신의 방식으로 응용하셨습니다. Slack에서 기술적 의견을 낼 때도 짧은 메시지가 아니라 구조화된 긴 글을 쓰십니다. 실제로 본사 마케팅 팀에 "VPC라는 제품명이 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피드백을 전할 때도, 문제를 "Ecosystem Confusion"과 "The Expectation Gap" 두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 구조화된 글을 Slack 채널에 먼저 올리셨습니다. 글로 논리를 정리해두면, 말로 설명할 때도 훨씬 수월하게 풀려나간다는 것이 멘토님의 경험입니다.

5부. "어떻게 여기까지 갔지?" — 커리어 타임라인
고려대 → NUS 연구 → Georgia Tech AI 석사 → VMware → Unity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 여정을 단계별로 따라가 봅니다.

- 1고려대 컴퓨터공학(학부) — 운영체제 연구실에서 SDN(Software-Defined Networking) 기반 네트워크 가상화를 연구하셨습니다. 이 시기부터 "기술을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셨습니다. 같은 시기 스타트업 NORMA Inc.에서 중국어로 투자자들 앞에서 기술 발표를 하면서, "기술 + 언어 + 비즈니스"의 교차점을 처음으로 체감하셨습니다.
- 2NUS(싱가포르 국립대) — 블록체인 보안을 연구하셨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해외에서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으셨습니다.
- 3Georgia Tech(조지아 공대) AI 석사 — Interactive Intelligence를 전공하셨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다루는 분야로, 머신러닝, 딥러닝, 강화학습 논문을 읽고 쓰고 발표하며 기술 영어의 정밀도를 크게 끌어올린 결정적인 시기였습니다.
- 4VMware(현 Broadcom) — Associate Solutions Engineer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셨습니다. VMware는 "가상화" 기술로 유명한 기업으로, 물리적인 서버 한 대를 여러 개의 가상 서버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상업·제조·금융·공공 고객을 대상으로 Cross-Cloud 포트폴리오 기반 솔루션을 설계하는 프리세일즈 엔지니어링을 2년 반 동안 담당하셨고, 이후 금융서비스 부문 SE로 승진하셨습니다. B2B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기술 영업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신 시기로, 이때가 커리어의 기반이 됐습니다.
- 5Unity — 2022년 8월 입사하셨습니다. 가장 주된 이직 이유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4개 국어를 모두 실무에서 쓸 수 있는 포지션"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계 한국 지사는 한국 시장만 담당하기 때문에 4개 국어가 모두 필요한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침 Unity가 Parsec과 SyncSketch를 인수하면서 APAC에 이 제품들을 현지어로 지원할 기술 영업 인력이 필요해졌고, Unity의 APAC 전체 커버 포지션이 그 조건에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단순히 언어 스킬을 활용하고 싶으셨던 것만은 아닙니다. 외국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 유년 시절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자란 경험에서 비롯된 — 이 깊이 작용했습니다. 또한 VMware에서 인프라 영역을 다루시며 "그 위에서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 더 가깝고 싶다"는 갈증이 있으셨는데, 산업용 Real-Time 3D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솔루션의 교차점에 있는 Unity가 그 갈증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기회였습니다.


Unity 입사 후 성장 경로를 보면, 2022년 8월 Senior Solutions Engineer(APAC Regional Lead)로 입사하셔서 Parsec·SyncSketch의 APAC 영업을 담당하며 글로벌 1,200여 고객사에 도입을 이끄셨고, 2023년 10월 Senior Developer Support Engineer로 전환되며 Unity Cloud 제품군 전체를 맡으셨습니다. 그리고 2026년 4월 Staff Developer Support Engineer(IC08)로 승진하며 APAC 전 지역 Unity Private Cloud 배포의 최종 기술 총괄 및 Forward Deployment Lead 역할을 맡게 되셨습니다 — 약 3년 반 만에 두 번의 승진입니다.
"APAC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희소성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 문기준


6부. 기술력 외에 글로벌 팀에서 인정받는 역량
이 세 가지가 없으면, 기술력이 있어도 보이질 않아요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기술력은 기본 조건일 뿐입니다. 기술력만으로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어렵습니다. 문기준 멘토님이 꼽으신 세 가지 역량을 살펴봅니다.
- ·① 맥락을 번역하는 능력 — 멘토님이 기술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꼽으시는 역량입니다. 일본 고객이 "ちょっと難しいですね(좀 어렵네요)"라고 말했을 때, 이를 미국 본사에 그대로 "It's a little difficult"로 옮기면 실제 의미("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완곡한 거절")는 사라집니다. 일본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직접적인 거절이 무례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돌려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옮기는 것은 기본이고,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 일본 기업의 품의서 구조, 미국 본사의 forecasting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 그 나라의 비즈니스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의 차이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지 영업팀이 과도한 약속(Overpromise)을 하지 않도록 방어하면서, 동시에 본사 리더십에는 로컬 비즈니스의 시급성을 전략적으로 프레이밍해서 어필하는 양방향 기대치 조정을 매일 해내는 것 — 이는 영어 실력이 아니라 정무적 감각과 기술적 깊이가 동시에 필요한 영역입니다.
- ·② Bias for action(손이 먼저 가는 사람) — "이건 내 역할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대신,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하는 오너십을 의미합니다. Parsec은 원래 멘토님의 담당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APAC에서 아무도 맡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먼저 손을 드셨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멘토님만의 영역이 됐습니다. 본사 마케팅 팀에서 제품명 논의가 진행될 때도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필드의 피드백을 직접 정리해 전달하셨고, 본사 리더십은 "good points"라는 반응과 함께 실제로 이름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 ·③ 임팩트를 문서화하고 가시화하는 능력 — 미국 본사에서는 "열심히 했다"는 말보다 "자신이 수행한 7개 영역의 업무를 구체적 사례와 함께 정리한 자료"가 훨씬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잘 되고 있는 것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잘 안 되고 있는 부분도 솔직하게, 그러나 해결책과 함께 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인력 충원과 승진을 요청하실 때도 주간 근무시간, 커버하는 프로젝트 수, 각 프로젝트별 소요 시간 등을 데이터로 정리해 "현재 이 구조는 지속 불가능합니다. APAC에 엔지니어 2명을 추가하고, 제가 Tech Lead로서 그들을 이끄는 구조를 제안합니다"라는 형태로 리더십에 제출하셨습니다. "힘들다"는 말로 끝나면 불평에 그치지만, 데이터와 대안을 함께 제시하면 그것이 곧 리더십이 됩니다.

7부. 글로벌 테크를 꿈꾸는 분들에게 —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것들과 함께
- 1영어 이력서를 지금 바로 준비합니다. 한글 이력서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려는 포지션의 JD(Job Description, 채용공고)에 맞춰 처음부터 영어로 새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국계 채용은 서류 단계부터 영어 이력서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그 행동이 어떤 비즈니스 임팩트로 이어졌는가"를 중심으로 쓰는 것입니다. 매출 증가율, 고객 수, 비용 절감 등 구체적인 수치를 반드시 포함합니다. LinkedIn 프로필도 영어로 빈틈없이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외국계 리크루터는 LinkedIn을 먼저 확인합니다.
- 2AWS, Azure, GCP 중 하나를 깊이 파고듭니다. 세 가지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으로, AWS는 아마존, Azure는 마이크로소프트, GCP는 구글이 운영합니다. 외국계 Solutions Engineer 포지션에서는 이 중 하나의 실무 경험이나 자격증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요구됩니다.
- 3"기술 + 비즈니스 + 언어"의 교차점에 섭니다. 순수 개발만 하는 사람도, 비즈니스만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깊이 이해하면서 고객 앞에서 비즈니스 가치로 풀어낼 수 있고, 여기에 외국어 역량까지 더해지면 외국계에서의 희소성은 급격히 올라갑니다. "이 AI 모델의 정확도는 92%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 모델 덕분에 고객의 수동 분류 작업이 하루 4시간에서 15분으로 줄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 4사이드 프로젝트나 멘토링 경험을 만듭니다. 문기준 멘토님 역시 현재 NLP(자연어 처리) 프로젝트 강사로 비전공자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GitHub에 코드를 올리든, 기술 블로그를 쓰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든 —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 한 가지를 꼽자면, "영어로 글 쓰는 습관"입니다.
"영어를 읽을 수 있는 한국 엔지니어는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영어로 구조화해서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바로 그 드문 사람이 외국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 문기준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IT 기업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유창한 발음이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력입니다. 코드가 곧 가장 강력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문기준 멘토님 역시 VMware에서 처음 영어로 기술 데모를 하실 때 떨리셨고, Unity에 들어와 미국 팀과 새벽 미팅을 하면서 "내가 이 표현을 잘못 이해한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셨던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글로벌 팀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영어로라도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자라 APAC 전체를 혼자 커버하며 미국 본사 리더십에게 전략을 제안하시는 지금의 문기준 멘토님을 보면, 시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 그리고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 인터뷰를 마치며
문기준 멘토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깊이 남은 것은 "희소성을 만들어낸 방식"이었습니다. 4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엔터프라이즈 SE 경험을 가진 사람도 흔치 않습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사람이 필요한 포지션 — 멘토님은 바로 그 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교차점에 서 있습니까? "나만이 할 수 있는 조합"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 문기준 멘토님의 개인 사이트: junny.tech
- ·📎 이 인터뷰 시리즈는 PM English Mentor Directory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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